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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netic dr.
Rain
비가 내리네. 서쪽에도 내리면 좋겠네. 활활 타는 그곳에도 이 비가 좀 내리면 좋겠네. 해를 가리는 붉은 하늘아. 공포와 절망과 분노의 빛이야. 내 옛사람의 렌즈가 담고 있을 짧은 역사의 한 덩어리야. 내게 오는 이 비가 너에게도 가서 사람이 다시 사람 되는 세상 열어줬으면 좋겠네. 다 같이 갔으면 좋겠을 그 길로 사람들 손잡고 오면 좋겠네. 그 옛날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푸른 하늘이 열렸으면 좋겠네. 살아도 죽는 시간은 가고 죽어도 사는 시간이 오면 좋겠네. 이제 모두 그렇게 사랑이 되면 좋겠네. 긴 긴 세월을 기다렸네. 사랑이 지는 소리가 쉼없이 들려와도 말없이 기다렸네. 기다리네. 비가 내리네.
as strokes have it
2020. 9. 10.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