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netic dr.
바람
바람불어 설운 맘 덥썩 업어들고 느닷없이 보쌈해가는 겨울밤. 어디로 가나. 휘파람부는 거리로 버려진 거리로. 열시에 깜빡이 신호등이 켜지는 동네 인기척 없는 밤의 거리에 쌩쌩 바람이 지나다닌다. 싸래기눈 흘리면서 신이 났다. 누가 누구를 그리워하며 누가 누구를 잊어가고 있으며 누가 누구를 기억해내고 있는지 속속들이 마음글 훔쳐보면서 바람이 문밖에 왔다가 말았다가 이렇게 밤을 지샐 모양이다. 두터운 이불을 사랑삼아 사람삼아 잠을 청하는 어떤 사람의 창문앞에서 뻔한 이야기 듣고 싶지도 않은 듯 건성으로 왔다가 휙 돌아서는 저 바람. 생색내느라 소리 하나 요란하다.
as strokes have it
2014. 1. 17. 17:24